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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해양패권 경쟁과 ‘회색지대전략’

평화를 ‘전쟁의 부재’라고 아주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전쟁이 없는 한 그저 평화로워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당장 국가 간 공식적으로 선포된 전쟁이 없다고는 하더라도 평화롭다고만은 할 수 없다. 공식적인 선전포고가 없이도 흑해의 크림반도가 러시아 수중으로 넘어갔고, 남중국해의 여러 섬이나 암초들이 사실상 중국의 소유로 되어가고 있다. 군사적 침략을 통해서만이 확보 가능한 전략적 목표들이 기습 아닌 기습의 방식으로 달성되어지고 있다. 전쟁이 없어 평시라고 하지만 전쟁을 통해서만이 성취 가능한 국가의 전략적 목표들이 전쟁 없이 달성되어 지는 것을 보면 지금의 평시는 더 이상 평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지금 전시도 평시도 아닌 그 중간영역인 ‘회색지대’(gray zone)에 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군사적 무력시위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언론매체들은 보도하고 있다. 남중국해 게이븐(Gaven) 암초 부근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 중인 미국해군 디케이터(Decatur)함에 중국의 뤼양(Luyang)급 구축함 한 척이 40여 미터 가까이 접근하여 충돌직전의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벌어진 바 있었다. 물론 미 군함의 신속한 ‘충돌방지’ 기동으로 중국 군함과의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미국은 또한 최근 남중국해에서 전략폭격기를 사실상의 중국 영공을 통과 비행시키면서 계속해서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비행·항해하고 작전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제97회 (국내)

▶ 제97회 (국내)
▶ 노르웨이 방위연구소 이안 바우어스(Ian Bowers) 박사 연구소 방문
▶ 2018년 11월 27일(화) 10:00-11:30

‘김정은 모델 비핵화’와 북한식 핵사찰 검증

최근 비록 연기되긴 했으나 이미 합의된 북미 고위급 회담과 그에 이어질 실무회담, 그리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등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일정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북미 간 비핵화 협상들을 통해 충분한 수준의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을지라도 북한이 추구하는 비핵화의 모습이 점차 그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추구하는 비핵화 방식은 ‘김정은 모델’로 불려지기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북한의 협상방식이나 주장들에서 과거 이라크∙리비아∙ 우크라이나 등의 비핵화 방식과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은 현격한 차이가 다수 발견되기 때문이다.

첫째, 합의방식 자체가 이전의 틀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간 비핵화 합의들에서는 합의사항의 범위와 수준, 그리고 이에 따른 신고 및 통보, 검증과 사찰 방식 등 핵심사항들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루어졌다. 그러나 북한은 먼저 부분적인 사항에 대한 합의와 그에 따른 이행, 이후 점진적으로 높은 수준의 합의로 이행해가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이 그간 주장했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조치를 구현할 수 있는 협상 방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