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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쟁’ 양상의 진화

국제정치이론 중 현실주의(realism) 관점에서 보면 국가는 절대적인 수준의 국가이익보다는 상대적인 국가이익을 중요시한다.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보다 내가 더 가져가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는 국제질서 속에서 갈등과 협력이라는 양면의 탑을 타고 오르는 국가 간의 관계 변화와 그 사이에서 행해지는 개별 국가들의 전략적 움직임을 잘 설명한다. 그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한 국가가 갈등을 어떻게 통제하고 그 갈등 속에서 어떤 국가이익을 추구하는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미디어에서는 국가 간 갈등을 ‘전쟁’(war)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전쟁에 관한 클라우제비츠(Karl Clausewitz)의 정의를 논할 여유도 없이 국가 간 갈등이 치열한 모습을 전쟁 수준의 경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 글도 이런 전제에서 시작한다.

최근 국제문제와 관련된 세상의 관심은 온통 국가 간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경제 및 안보 갈등은 단연 제1의 관심사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중의 경제 갈등을 ‘무역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두 강대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전쟁 수준의 경쟁적인 양상으로 해석한다. 2018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상호 관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그 포문을 열었다. 이후 미·중 양국은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for-tat) 방식으로 관세 품목 및 관세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양국은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해 10-25%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거나, 확대 적용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자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제재하거나 동맹국으로 하여금 특정기업 제재에 동참할 것을 제안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무역전쟁의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 화웨이(Huawei)에 대한 미국의 전 방위적인 제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서태평양 전역구상과 한국

미 · 중간 군사적 패권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서 과시했듯이 중국은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중심으로 하는 A2/AD전력을 집중 배치하며 대만 등 유사상황이 발생할 때 미 해군의 개입을 차단하고 궁극적으로 서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고자 한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북방위협을 제거하고 海洋正面으로 모든 국력을 집중하며 전세계로 뻗어 나가려 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일방적 · 불법적 팽창활동은 외부의 이렇다 할 저항없이 이루어져 왔고 현재 기정사실화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제 시간이 흘러 현 상황이 고착되고 기정사실화되면 세계 물동량의 3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남중국해는 중국의 內海가 되고 사실상 중국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

반면에 미국은 남중국해는 자국의 핵심이익이 아니라는 전략적 오판 속에 중국의 불법행동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미국은 기껏해야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작전(FONOPs)을 실시하며 중국의 기정사실화를 막으려는 노력만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미국은 2016년 7월 유엔 해양법협약 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을 무시하는 중국의 방종(放縱)을 묵인하며 스스로 건설한 지역해양질서가 붕괴하는 것을 자초했다. 또한 중국의 해양팽창에 대항하는 지역국가들의 지원요청에도 미국은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지역안보에 대한 자국의 공약(公約)을 말 그대로 공약(空約)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미국 내에서도 ‘너무 늦었다. 이미 상황은 끝났다’는 비관적 시각이 등장했다. 심지어 몇몇 학자들은 ‘off-shore balancing’ 전략을 주창하고 나섰다. ‘off-shore’란 20세기 전통적 지정학자 Nicholas Spykman이 유라시아·아프리카가 아닌 美洲 · 大洋洲 · 영국 · 일본 등 도서대륙이나 국가를 지칭하던 용어이다. 즉, 섬나라 미국은 해외전쟁에의 개입을 가능한 억제하되 사활적 국익이 걸린 경우— 즉, 유라시아에서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패권국이 등장할 때에만 선택적으로 개입하여 이를 예방함으로써 힘을 비축하고 세계에서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자는 것이 바로 ‘off-shore balancing’ 전략이다. 이와 맥을 같이 하며 중국에서는 미·중간 태평양을 분할 지배(?)하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도 나왔다.

다시 출렁이는 남중국해

올해 내내 남중국해 수온은 유난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의 파도가 다시 치솟고 있다. 영유권 주장과 국제해로 보호 원칙(항행의 자유) 사이에 물러설 수 없는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왜 남중국해 분쟁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긴장 수위를 일촉즉발 수준으로 계속 높여 갈까? 중국은 남중국해 80-90%를 차지하는 수역 주변으로 九段線을 설정, 역사적 연원을 내세워 구단선 안은 중국의 바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2016년 7월 유엔해양법협약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역사적 권리 주장에 대해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였음에도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제사회는 국제수로인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와 상공 비행의 자유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하는 국제법 원칙이자 확립된 해양 질서라고 맞서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핵심 당사국인 중국과 아세안은 2002년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o)에 서명한 이래 보다 구속력 있는 행동규칙(CoC) 체결 문제를 협의해 왔으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수시로 베트남과 필리핀의 EEZ 내 주권적 권리를 침해하면서 석유 · 가스 시추 활동을 방해하거나 어부들의 어로 활동을 제한하고 매립지를 넓혀 가면서 인공섬 건설을 강행하고 이를 군사화 하여 마찰을 빚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 해양 전략의 출발점이며 미 · 중의 전략적 이해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주요 해상 교통로 · 연간 5조 달러 규모의 물동량 수송로이자 전 세계 어족 자원의 12%를 차지하는 수산물의 보고이다. 또한 원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하여 앞으로 연안국들의 시추 활동이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무역고의 3-40%와 원유 도입량의 90% 이상이 남중국해를 통해 운송되는 만큼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바다이다.

제127회 KIMS Morning Forum 결과

▶ 주제 : “중국의 해양강국 추구와 회색지대 전략”
▶ 연사 : 이서항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
▶ 일시 : 2019년 9월 25일(수) 07:30-09:00시
▶ 장소 : 전쟁기념관 뮤지엄홀 크리스탈볼룸 (2층)
▶ 참석인원 : 180여명

‘스마트 국방혁신’의 과제

이 시대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한국도 이에 기반한 국방 기술혁신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먼저 국방부는 ‘스마트 국방혁신’이라는 구호 아래 지능화 • 초연결성 • 융합성을 지향하고 있다. 육군은 warrior platform, dronebots과 Army Tiger 4.0, 지능정보센터 등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편, 해군은 ‘Smart Navy’로 창군 100주년인 2045년에 ‘해양강국 • 대양해군’을 완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군도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기반한 우주항공력을 건설하려고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우리 군의 국방혁신 노력은 투자재원과 홍보에 비해 가시적 성과가 상당히 미흡한 편이다. 여기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혁신성과를 내는데 필요한 핵심기반체계가 없이 각 군별로 여전히 플랫폼 중심(platform-centric)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기반체계는 아직 ‘개념연구 중’이다. 튼튼한 기초공사 없이 집을 짓고 있는 격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 즉, 먼저 핵심기반체계를 구축해야 혁신성과를 낼 수 있다.

GSOMIA 종료의 의미와 영향

한국정부는 지난 8월 22일 ‘한·일 군사비밀 정보보호 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이하 GSOMIA)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결정하고, 다음날인 8월 23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협정 파기 결정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이 협정과 관련해 재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협정의 효력은 올 11월 22일 밤 12시를 기준으로 종료된다. 이 협정은 1989년 한국이 먼저 일본에 제안하였고, 2012년 체결직전에 절차상 문제가 생겨 연기되었으며 이후 2014년 ‘한·미·일 3국 정보공유 약정’(TISA)을 통해서 북한의 위협과 관련하여 일본의 정보가 유용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국내에서 정치적 논란이 있었으나 2016년 11월 23일 GSOMIA를 체결하였다. 그러나 금번 조치로 인해 이 협정은 3년만에 종료하게 되는 것이다.

GSOMIA는 총 21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협정의 목적은 군사비밀 정보보호 보장에 두고, 주요내용은 교환할 비밀의 등급과 제공방법·정보보호 원칙·정보교환 및 공개방식을 포함하여 협정 발효 및 소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협정에 따르면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인 Ⅰ급 비밀을 제외한 Ⅱ급비밀 이하의 군사비밀만 일본과 교환한다. 그리고 비밀의 전달 방법과 보관 및 관리방법 등을 언급하고 있으며 마지막 21조에는 협정의 유효기간과 종료에 대한 규정으로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이며 협정 종료를 원하면 종료 90일전 이전에 외교경로를 통해 상대국에 서면 통보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없으면 협정은 자동으로 1년씩 연장된다. 따라서 협정 종료일 90일전(즉, 8월 24일)의 하루 전(8월 23일)에 한국정부가 주한 일본대사에게 협정종료의사가 담긴 공식공문을 전달하였으므로 이 협정은 더 이상 자동연장 되지 않고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INF 종료를 보는 2가지 시각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탈퇴 결정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8월 2일 정식으로 발효되었다. 이로써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상징으로 평가되었던 INF 조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INF 조약이 종료된 배경에는 1987년 이후 발생한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첫째, 러시아의 조약 위반이다. 푸틴 행정부가 사거리 500~5,500km의 지상발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보유 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신형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했다는 것이 미국과 NATO의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러시아가 개발한 ‘9M729’ 순항미사일이 INF에 저촉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지적하며 탈퇴를 고려했던 점에 비춰볼 때,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 결정은 충분히 예측된 행보였다. 둘째, 지난 32년 간 중거리미사일을 보유한 나라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INF 조약에 묶여 있는 동안 중국 • 인도 • 파키스탄 • 이란 • 북한 등 주로 미국의 적대국이 중거리미사일과 핵무장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미국은 이란이 중동에서,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에 도전하며 지역패권을 추구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점증하는 중거리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모든 중거리미사일 보유국들이 참여하는 포괄적인 다자조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INF가 종료됨으로써 당분간 중거리미사일 개발과 배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육군이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해서 2023년까지 배치하고, 해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도 지상 발사용으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INF 위반의 부담에서 벗어난 러시아와 아시아에서 미국과 강대국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도 발 빠르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INF 종료에 대해 전적으로 러시아 책임이라고 몰아붙인 NATO의 대응도 관심거리이다. NATO 차원의 새로운 미사일 개발보다는 미국이 개발할 중거리미사일을 유럽에 재배치하는 방법이 유력하다. 특히 폴란드와 발트 3국 등 러시아의 위협에 민감한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배치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