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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억지 : ‘군사력’ 구축과 ‘신뢰’ 구축 병행을 통한 해양안보 시너지 창출

안보는 크게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하나는 군사력을 강화하여 상대방에게 유사시 이를 투사할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전달하는 것으로 이를 두고 ‘억지(deterrence)’라 개념화한다. 다른 하나는 서로 간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통을 강화하여 오판의 소지를 줄임으로써 안보를 유지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개념이 ‘신뢰구축조치(Confidence Building Measures)’다. 후자는 물리적 강압을 동원하지 않으므로 보다 스마트한 억지라 할 수 있다. 동북아 바다는 관할해역 인근 상공 방공식별구역, 해양영향권 확대 등의 여러 쟁점을 두고 군사적 마찰소지가 내재되어 있는 영역이다. 이런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기제로서 물리적 억지에 기반한 군사적 구축과 동시에 해양 신뢰구축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일석삼조’ 무기체계를 통한 전술 · 전략의 진화

새로운 무기체계는 전술과 전략의 발전도 견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무기가 최대사정거리를 100km 전후까지 신장시켜주는 신개념의 사거리연장 함포탄이다. 이 무기는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 다목적성에서 우수하고 하급형 무기와 상급형 무기의 균형을 이루게 하는 목적에도 부합한다.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명실상부하게 “일석삼조” 무기라 불릴 만하다. 우선 저비용으로 다양한 전장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에 “비용대 효과” 측면에서 탁월하다. 둘째, NLL 인근 해상작전 시 억제를 달성하기 위해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기다. 셋째, 서해를 이용한 적의 제2전선 형성방지, 합동상륙작전 시 상륙지 사전타격을 통한 여건조성 극대화 등 전구작전에서도 그 활용가치가 높다.

섬(島嶼)의 전략적 가치 높아가고 있다

방대한 해양을 품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중 특히 남태평양에 소재한 섬나라(島嶼國)들이 최근 강대국들의 새로운 ‘외교 전투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공세적 접근과 야망은 정치 • 경제 • 군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이를 차단하려는 서방국들과의 전략적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남태평양 도서국들은 어떻게 해양안보 위협을 인식하고 있을까? 이 지역 도서국들은 범세계적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과 이에 따른 자국 영토의 침식 가능성을 당면한 최대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남태평양 지역에 대한 강대국들의 세력확장경쟁 및 외교적 각축은 지역 당사국들의 요구와 강대국 자신의 안보이익이 뒤섞이는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

국군 전시작전통제와 유엔사의 역할

지난 11월 15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국 국방부장관은 유엔사령부(유엔사)의 정전협정 관리가 한반도의 평화 및 안정과 남북한 간 신뢰구축조치 이행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우리나라가 정전협정과 유엔사의 권한 및 책임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존중함을 재확인하였다. 작년 10월31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제50차 SCM에서도 양 장관은 유엔사가 ‘정전협정의 수호자로서 지난 65년간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성공적으로 보장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에 더하여 제51차 SCM에서 양 장관은 한미연합사령부(연합사) 본부의 평택 이전이 2017년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2015년에 합의하여 작년에 개정한 전작권전환계획(COTP), 작년에 서명한 연합방위지침 등에 의거하여 전작권 전환 이후 안정적 이행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하였다. 또한 금년에 실시한 조정된 방식의 연합 연습과 훈련이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한 우호적인 환경의 조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한미양국군이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지난 8월 실시한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에서 이견이 노정된 이래 아직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역할과 관련한 의문에 대한 정답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방부 ∙ 유엔사 및 주한미군은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지위 및 역할에 관한 고위급협의체를 지난 9월부터 공동으로 가동하고 있다. 협의가 순조롭게 이루어져 유엔사 근무요원의 계속 증원과 완벽한 전시대비태세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북한 SLBM 시험 발사와 해군의 對北 억제전략

북한은 지난 10월 2일 원산 북동쪽에서 북극성-3형 SLBM을 발사했다. 북극성-3형 SLBM은 고도 910여km•비행거리 450여km를 비행했으며, 고도를 줄이면 약 1,300km를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외형이 중국의 SLBM JL(쥐랑)-2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 8월 미사일 로켓엔진용 고체연료 생산 공장 방문시 벽에 붙어있던 북극성-3형 미사일 개념도가 실제로 제작되어 성공적으로 시험발사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새로 설계된 탄도탄의 핵심 전술 기술적 지표들이 과학기술적으로 확증되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2016년 8월 최초로 북극성-1형 수중발사 시험을, 그리고 2017년 2월 북극성-2형을 지상 이동발사대에서 콜드런치 방식으로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실시했다. 북극성-1형의 최초 수중시험 발사 후 약 3년 만에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함으로써 SLBM을 실제로 생산하여 배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시했다. 서훈 국정원장은 북한이 북극성-3형을 탑재할 신형잠수함의 건조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는 전폭 약 7m•전장 약 7m로 추정되는 한편 SLBM 3대를 탑재할 수 있고 북한이 이 신형잠수함을 진수하면 또 SLBM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중 ‘전쟁’ 양상의 진화

국제정치이론 중 현실주의(realism) 관점에서 보면 국가는 절대적인 수준의 국가이익보다는 상대적인 국가이익을 중요시한다.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보다 내가 더 가져가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는 국제질서 속에서 갈등과 협력이라는 양면의 탑을 타고 오르는 국가 간의 관계 변화와 그 사이에서 행해지는 개별 국가들의 전략적 움직임을 잘 설명한다. 그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한 국가가 갈등을 어떻게 통제하고 그 갈등 속에서 어떤 국가이익을 추구하는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미디어에서는 국가 간 갈등을 ‘전쟁’(war)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전쟁에 관한 클라우제비츠(Karl Clausewitz)의 정의를 논할 여유도 없이 국가 간 갈등이 치열한 모습을 전쟁 수준의 경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 글도 이런 전제에서 시작한다.

최근 국제문제와 관련된 세상의 관심은 온통 국가 간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경제 및 안보 갈등은 단연 제1의 관심사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중의 경제 갈등을 ‘무역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두 강대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전쟁 수준의 경쟁적인 양상으로 해석한다. 2018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상호 관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그 포문을 열었다. 이후 미·중 양국은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for-tat) 방식으로 관세 품목 및 관세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양국은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해 10-25%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거나, 확대 적용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자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제재하거나 동맹국으로 하여금 특정기업 제재에 동참할 것을 제안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무역전쟁의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 화웨이(Huawei)에 대한 미국의 전 방위적인 제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서태평양 전역구상과 한국

미 · 중간 군사적 패권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서 과시했듯이 중국은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중심으로 하는 A2/AD전력을 집중 배치하며 대만 등 유사상황이 발생할 때 미 해군의 개입을 차단하고 궁극적으로 서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고자 한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북방위협을 제거하고 海洋正面으로 모든 국력을 집중하며 전세계로 뻗어 나가려 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일방적 · 불법적 팽창활동은 외부의 이렇다 할 저항없이 이루어져 왔고 현재 기정사실화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제 시간이 흘러 현 상황이 고착되고 기정사실화되면 세계 물동량의 3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남중국해는 중국의 內海가 되고 사실상 중국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

반면에 미국은 남중국해는 자국의 핵심이익이 아니라는 전략적 오판 속에 중국의 불법행동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미국은 기껏해야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작전(FONOPs)을 실시하며 중국의 기정사실화를 막으려는 노력만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미국은 2016년 7월 유엔 해양법협약 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을 무시하는 중국의 방종(放縱)을 묵인하며 스스로 건설한 지역해양질서가 붕괴하는 것을 자초했다. 또한 중국의 해양팽창에 대항하는 지역국가들의 지원요청에도 미국은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지역안보에 대한 자국의 공약(公約)을 말 그대로 공약(空約)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미국 내에서도 ‘너무 늦었다. 이미 상황은 끝났다’는 비관적 시각이 등장했다. 심지어 몇몇 학자들은 ‘off-shore balancing’ 전략을 주창하고 나섰다. ‘off-shore’란 20세기 전통적 지정학자 Nicholas Spykman이 유라시아·아프리카가 아닌 美洲 · 大洋洲 · 영국 · 일본 등 도서대륙이나 국가를 지칭하던 용어이다. 즉, 섬나라 미국은 해외전쟁에의 개입을 가능한 억제하되 사활적 국익이 걸린 경우— 즉, 유라시아에서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패권국이 등장할 때에만 선택적으로 개입하여 이를 예방함으로써 힘을 비축하고 세계에서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자는 것이 바로 ‘off-shore balancing’ 전략이다. 이와 맥을 같이 하며 중국에서는 미·중간 태평양을 분할 지배(?)하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도 나왔다.

다시 출렁이는 남중국해

올해 내내 남중국해 수온은 유난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의 파도가 다시 치솟고 있다. 영유권 주장과 국제해로 보호 원칙(항행의 자유) 사이에 물러설 수 없는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왜 남중국해 분쟁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긴장 수위를 일촉즉발 수준으로 계속 높여 갈까? 중국은 남중국해 80-90%를 차지하는 수역 주변으로 九段線을 설정, 역사적 연원을 내세워 구단선 안은 중국의 바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2016년 7월 유엔해양법협약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역사적 권리 주장에 대해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였음에도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제사회는 국제수로인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와 상공 비행의 자유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하는 국제법 원칙이자 확립된 해양 질서라고 맞서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핵심 당사국인 중국과 아세안은 2002년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o)에 서명한 이래 보다 구속력 있는 행동규칙(CoC) 체결 문제를 협의해 왔으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수시로 베트남과 필리핀의 EEZ 내 주권적 권리를 침해하면서 석유 · 가스 시추 활동을 방해하거나 어부들의 어로 활동을 제한하고 매립지를 넓혀 가면서 인공섬 건설을 강행하고 이를 군사화 하여 마찰을 빚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 해양 전략의 출발점이며 미 · 중의 전략적 이해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주요 해상 교통로 · 연간 5조 달러 규모의 물동량 수송로이자 전 세계 어족 자원의 12%를 차지하는 수산물의 보고이다. 또한 원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하여 앞으로 연안국들의 시추 활동이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무역고의 3-40%와 원유 도입량의 90% 이상이 남중국해를 통해 운송되는 만큼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바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