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분쟁의 ‘무임승차’ 동향과 원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한과 주변국 정상들의 행보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던 시기에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의 영유권 장악을 미리 알려주는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여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은 보아오 포럼을 앞둔 4월 초순부터 남중국해에서 랴오닝 항모전단이 참가하는 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했으며 4월12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항모전단에 대한 해상열병식을 개최했다. 5월3일에는 미국 언론에 의해 중국이 남사군도의 피어리 크로스 암초 등 주요 3개 인공섬에 지대공(HQ-9) 및 지대함(YJ-12B) 미사일을 배치한 사실이 알려졌다. 또한 5월 18일 중국은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서사군도의 우디섬에서 H-6K 폭격기 이착륙 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은 중국의 훈련에 대응하여 루즈벨트 항모전단이 6월 5일부터 남중국해에서 싱가포르 해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한 바 있으며, 서사군도 인공섬 12해리이내에서 미 구축함(히긴스와 앤티템)이 항행의 자유작전(FONOP)을 시행했다. 메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6월2일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무기배치를 주변국에 대한 위협과 협박으로 규정하고 중국과 맞서야 할 때는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중국대표단 단장인 허레이 군사과학원 부원장은 군대와 무기 배치는 국제법이 허용한 중국의 주권범위 안에 있으며, 미국이 남중국해에 군함과 항공기를 전개하는 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존의 답변을 되풀이한 바 있다.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하여 미국은 오랜 기간 방관에 가까운 ‘관여자’ 입장을 유지했다. 영유권 분쟁이 나타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군사력 전개 및 시위와 무력 충돌의 대부분은 이 지역 당사국들 간에 발생한 것이었다. 미국은 아세안 개별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중국의 행동을 비난하며 아세안 국가들의 공동대응을 촉구하거나 우방국들과 소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수준으로 대응하였다. 남중국해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시기는 2013년 11월부터 중국이 본격적으로 군사기지화를 위한 인공섬 건설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미국은 이 시기부터 강경한 성명과 행동을 수반하는 적극적인 ‘이해당사자’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2014년에 필리핀과 방위협력 확대협정(EDCA)을 체결하여 미군의 상시적인 필리핀 주둔과 연합훈련을 가능케 하였고, 2015년 10월에는 중국이 건설한 두 개의 인공섬(Subi Reef 및 Mischief Reef) 12해리 이내에서 미 구축함에 의한 ‘항행의 자유작전’을 최초로 실시한 바 있다. 미국은 2010년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중국해는 미국의 이해와 직결된다고 공식선언했지만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취하기까지 3년이 넘는 세월을 허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