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제21기 이사회 개최

우리 연구소의 제 21기(2017년도) 정기 이사회가 지난 2월 22일 오전 11시 연구소 5층 회의실에서 정의승 이사장 주관 하에 개최됐다.

동남아에서 보는 ‘인도-태평양 구상’ (QUAD)
― 싱가포르 현지에서

동남아의 중심지이자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에 올해 초 도착하여 약 한달 간 학술여행을 즐기고 있다. 동아시아 정세 주제의 학술회의에도 참석하고, 올해의 정세전망에 관한 많은 글들도 접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동남아 지역의 싱크탱크 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리고 특히 싱가포르가 올 2018년도 아세안(ASEAN) 의장국인 탓인지 깊이 있는 분석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금년 동남아 지역의 최대 관심사항은 역시 미국•중국의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 한반도 상황의 동향과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가하는 ‘인도-태평양 구상’ (이른바 QUAD-Quadrilateral Formation)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곳의 시각에서 보면 세계 전략 경쟁에서 한반도 문제가 미중 관계를 측정 할 수 있는 단기 바로미터라면, QUAD는 장기 바로미터로 간주하는 것 같다. 지리적으로 동북아에서 인도양까지, 단기와 장기를 한꺼번에 시야에 넣고 장래를 대비하는 동남아 사람들이다.

QUAD 구상은 10년 전 2007년 일본이 제의하였으나 호주가 빠져나가면서 바로 추동력을 잃었다. 그러나 작년 10월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QUAD 구상을 제시하고 그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중 언급하면서 재부상하였다. 필리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계기에 미국•일본•호주•인도 실무급 대표가 회동하기도 하였다. 이 구상을 두고 틸러슨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언급 사이의 초점(focus)이 다르고, 미국 정부가 아직 정책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틸러슨의 10월 연설문은 다음과 같은 주요 골격을 담고 있다.

전술핵 해상배치 재추진과 확장억제 보장 신뢰성 증대 강조

최근 공개된 트럼프 정부의 ‘핵태세 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는 미국이 단기적으로 저강도(low-yield) 핵무기(즉, 전술핵무기)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장착하여 운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첨단 핵무기 장착 해상배치 순항미사일(SLCM)을 배치할 것임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전술핵무기의 해상배치는 동맹국들에게 확장억제 보장체제의 신뢰성을 증대할 수 있는 새로운 조치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실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러한 핵태세 변화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오마바 정부와 달리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이 자신의 전략적 이점을 확보하여 미국과 동맹국들을 강압하기 위해 핵능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했던 핵없는 세계 구현을 위한 핵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는 핵무기를 실제 전장에서 사용하여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전술적 핵능력을 강화하고 이를 전장에서 운용하기 위한 교리를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인식이다. 오바마 정부는 극단적인 경우에만 핵무기를 운용할 것을 천명하는 등 핵무기 운용에 매우 소극적인 전략을 채택하였지만 트럼프 정부는 새로운 핵위협과 심각한 사이버 및 테러 위협 부상의 현실을 고려하여 핵무기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북핵 대응 ‘핵무기 공유’ 주장의 의미

지난해 9월 북한이 실시한 6차 핵실험과 5~11월 사이에 연이어 실시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 및 14호 그리고 15호 발사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시간표보다 훨씬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 핵능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북한 외무상 이용호는 그 해 10월11일 러시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협상 대상으로 하는 대화에 절대 동의하지 않으며 핵무기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과 실질적 힘의 균형을 이루는 최종 목표를 향한 길에서 거의 마지막 지점에 도달했다고 밝힘으로써 추가적인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을 암시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한국과 미국에서 두 가지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한국에서는 그 동안 금기 시 되다시피 했던 독자 핵무장과 핵무기 공유에 대한 논의를 화두(話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북한이 지닌 핵능력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었으니 손에 잡힐 수 있는 실질적인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제기된 것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대북제재 효과를 기대하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이 설 자리를 잃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도 군사적 수단 선택을 거론하며 전략자산을 전개시키는 압박을 구사하고 있다.